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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보는 안목" <대전일보 2005-08-01 대일논단>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05/08/01 조회수 9574

 

길게 보는 안목



2005-08-01 일 23면 기사


  춘추시대의 제(齊)나라 환공(桓公)은 당시의 천하를 지배했던 패왕으로서 유명하다. 그는 관중(管仲)의 보필을 받아 제일의 강국을 만들 수 있었다. 관중은 재상(領議政)으로서 40년간이나 재임했었으나 늘 한결 같은 마음가짐으로써 인간적 성실함과 소임의 도리를 다 했다. 관중은 많은 정언(政諺)을 남기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 있다. 즉 지도급 사람들이 갖추어야 할 3가지 원칙이 그것이다. 첫째는 장목(長目)이요, 둘째는 비이(飛耳)요, 셋째는 수명(樹明)이다.

  장목이란 사물을 관찰하는 안목을 키우라는 뜻으로서 단견(短見)은 금물임을 말해주고 있다. 비이는 듣는 반경을 상하좌우로 넓히라는 뜻으로서 계층간의 여론과 지역간의 소식을 여과 없이 들을 수 있어야 한다. 마치 제비가 강남을 오가며 인가의 추녀 밑까지 날아들고 낮말을 다 듣듯이 말이다. 그리고 수명은 밝음을 세운다는 말인데 이는 옳고 그름을 명석하게 판별할 줄 아는 정사(正邪)구별의 통찰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뜻이다.

바꾸어서 말하면 관찰력과 청해력(聽解力)과 판단력을 구비해야 한다는 뜻이다. 기본적으로 이 3가지가 갖추어지지 않는다면 단견과 편청(偏聽)과 오판이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이른바 악순환의 현상이 거듭된다. 따라서 신뢰사회의 건설은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는 것을 경고하고 있다. 신뢰란 사람들의 마음이 약속된 가치기준에 따라 존재하는 공통된 현상을 말한다. 따라서 정치는 국민과의 종합적인 약속으로서의 목표이며, 행정은 구체적인 약속으로서의 실천이다. 목표와 실천은 차량의 양륜과 같은 관계이기 때문에 정치가 목표가치를 잃게 되면 불신풍조가 만연되고, 행정이 실천력을 상실하게 된다면 분규현상이 병발한다. 정국이 혼란하고 행정이 문란해지면 불신풍조와 분규현상이 뒤엉켜 돌아가면서 민생안정의 터전은 심하게 흔들리게 된다. 그와 같은 상황을 선순환(善循環)의 궤도로 유도하자면 앞에서 말한 3원칙을 먼저 체득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 노력의 관건은 마음가짐 에 달려있다.

  중국의 관료평론에 있어서 사람을 만드는, 이른바 주인명수(做人名手)로 알려진 청나라 때 명재상 증국번(曾國藩 1811-1872)은 인유상지 제일미덕(人有常志 第一美德)이라했다. 즉 한결같은 마음과 뜻을 변함없이 지니는 것이 으뜸가는 미덕(美德)이라는 말이다. 과거에 존경했던 사람은 지금도 앞으로도 존경한다는 한결같은 마음을 지니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나무를 흔들면 잘 익은 숙과(熟果)가 먼저 떨어진다. 그리고 그 숙과는 땅에 떨어지자마자 터져 버린다. 남는 것은 미숙과 뿐이다. 미숙과는 시장경쟁력을 지니지 못한다. 뿐만 아니라 미숙과로부터는 제대로 영근 종자도 확보하기 어렵다. 그리고 후숙(後熟)시킨 과일은 그 맛도 때깔도 숙과를 따르지 못한다.

  요즘 우리 주변에서는 여과 없이 지나치게 말하는 이들이 있다. 일례를 들면 과거청산문제 등에 관련하여 논리를 비약시키는 경우라든가, 한국동란과 유관한 사적(史蹟) 또는 상징물 등을 놓고 사회분위기를 어수선하게 만들고 있다. 긴 안목으로 뒤를 돌아다보고 아울러 미래를 전망할 수 있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우리의 공동경험인 과거를 원형대로 인식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저마다 마음 내키는 대로 궤변도 망언도 불사한다면 후학 또는 후진들로 하여금 기억의 착란증을 일으키게 할 우려도 있다. 그래서는 안 된다. 어떤 경우에도 과거와 미래를 보다 긴 시간대위에서 인식할 수 있는 가능성을 해치지 말아야 한다.


김유혁(금강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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